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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 폭등으로 분양가 인상 불가피

  • 김정규 기자
  • 등록 2024-07-12 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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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비 급등, 주택시장 직격탄
  • 서울 등 수도권, 매매·전세가 상승세 전망


서울 성동구에서 오피스텔 공사를 마친 한 중소 전문건설업체 A사는 시공사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절반만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최근 공사비 급등과 맞물려 건설업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5월 130.21로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지수로, 건설 공사비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는 2019년 5월 대비 33.2%, 2021년 5월 대비 18.3% 상승한 수치이다. 공사비 증가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서 1296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사업이 공사비 증가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취소됐다. 민간 시행사는 높아진 공사비와 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어 계약금 300억 원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었다. 업계는 공사비 급등과 분양가 상한제의 이중고로 인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들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산연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매매가격이 올해 각각 1.8%, 0.9%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건축비가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주택 시장은 경기 회복, 30세 도달 인구의 증가, 공급 부족의 누적, 금리 하향 등으로 인해 집값 상승 압력이 축적돼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주산연은 주택 공급 예측전망치에서 올해 인허가 물량이 38만 호 수준으로, 지난 5년 평균인 54만 호 대비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착공 물량, 분양 물량, 준공 물량도 각각 35만 호, 28만 호, 45만 호로, 5년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소형주택 및 비아파트 공급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산연은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고 건축비를 현실화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건축비 상승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분양가가 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현실화하고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덕례 실장은 "분양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는 실제 시장 건축비의 72%에 불과한 수준이며, 임대 아파트의 표준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54%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하며, "기본 건축비를 조속히 현실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위축 문제 완화를 위해 금융조달 애로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제도 적정화,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 양도세 감면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 확보와 규제가 최소화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건축비 상승은 분양가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와 정부의 대응이 주택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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