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은 경북대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작년 4월부터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과학원은 호흡기에 노출된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다.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에 대해서는 이번 CMIT/MIT 연구 결과와 비슷한 국내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으며, 과학원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4급 암모늄에 대해서도 체내 거동 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는 CMIT/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쥐의 비강(코)과 기도 등에 노출한 뒤 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량 전신 자가방사영상분석(QWBA)' 결과를 보면 CMIT/MIT를 실험용 쥐 비강에 노출하고 5분이 지난 시점에 폐와 간, 심장 등에서 CMIT/MIT가 확인됐다. 신장에서 CMIT/MIT가 배출되는 것도 같이 확인됐다.
노출 후 30분이 지났을 때도 폐에서 노출 후 5분이 지났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CMIT/MIT가 나타났다. 피부와 고환에도 다른 장기보다 농도가 높진 않으나 CMIT/MIT가 분포했다.
노출 후 6시간이 지난 후엔 폐의 CMIT/MIT 양이 감소하는 상황임이 확인됐다.
다만 혈액의 방사능 농도가 높았는데 이는 "CMIT/MIT나 CMIT/MIT 대사물질이 전신을 순환해 다른 장기에 퍼져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비강에 노출된 CMIT/MIT 상당량은 노출 48시간 후 체외로 배출됐다.
그러나 노출 후 일주일(168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폐에서 CMIT/MIT가 확인됐고 간·신장·심장 등 다른 장기에서도 낮은 농도의 방사능이 나왔다.

실험용 쥐 코에 노출된 방사능량을 100으로 했을 때 노출 후 시간별로 폐에 분포한 양은 5분 후 0.42, 30분 후 0.48, 6시간 후 0.21, 48시간 후 0.06, 일주일 후 0.08로 나타났다.
CMIT/MIT를 기도에 노출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다만 기도에 노출했을 땐 일주일 후 폐에 남아있는 방사능이 비강에 노출했을 때의 2.2배였다. 상기도를 거치지 않았기에 비강에 노출했을 때보다 방사능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CMIT/MIT를 실험용 쥐) 비강에 노출한 뒤 폐에서 측정되는 방사능량은 노출량의 1%가 안 되지만 이번 실험은 (물질을) 한 차례만 노출한 결과임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인체 노출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누적 노출을 고려하면 실제 (사람의) 폐에 도달한 CMIT/MIT는 이번 실험 때 (비강 노출로) 측정된 양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가정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에어로졸 형태로 CMIT/MIT를 흡입했을 때 폐에 도달한 양은 이번 실험 비강 노출 결과보단 많고 기도 노출 결과보단 적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비강에 노출됐을 때 폐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법원이 판단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법원의 판결을 직접 언급하면서 "CMIT/MIT의 생물분포와 독성에 관한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론에 비춰보면 이러한 판단은 재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실험용 쥐 비강과 기도에 CMIT/MIT를 반복적으로 노출한 뒤 기관지 폐포 세척액을 분석해보니 폐 손상과 관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하게 늘어났다.
연구진은 "CMIT/MIT가 비강에서 기관지를 거쳐 폐로 이동한다는 점은 QWBA로 확인됐고 동물 독성 시험에서 (CMIT/MIT) 농도에 따라 폐 염증과 섬유화 지표가 의존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CMIT/MIT가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도달하며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송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 9월 27일 제31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피해등급이 정해진 사람까지 총 4천4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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