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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시대] 세계의 국민차들

  • 김신 기자
  • 등록 2022-12-13 16: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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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국민차는 대부분 미니카였다. 국민차는 달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자동차에 쏟아진 대중적 사랑은 작고 간단할수록, 장비가 단출할수록 커지는 것 같았다. 미니카는 한낱 장난감이 아니라 진정한 자동차다. 사이즈는 작아도 자동차로서 지녀야 할 모든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필요 최소한의 운송수단으로 기본에 충실한 차들은 좋아할 구석이 많았다. 



포드 모델 T는 구조가 간단해 농부가 집에 있는 공구로 정비할 수 있었다. 청교도적 성향의 포드는 전 국민이 탈 수 있는 검소한 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이런 절제의 미학이 인류 문명을 바꿨다. 모델 T는 검은색 한 가지만 나왔는데 당시 사용한 검은색 페인트가 가장 빨리 말랐기 때문이다. 



미국 포드에 자극을 받아 만든 영국의 오스틴 세븐은 장난감처럼 작았다. 어른 둘 아이 둘 한 가족이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였다. 덩치 큰 영국인들이 이렇게나 작은 차를 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그러나 오스틴 세븐은 빅히트를 쳤고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다. 국민 모두가 가질 수 있게 된 오스틴은 자동차를 부자들의 사치스런 장난감으로만 여기던 영국 시민들의 생각을 바꿨다. 작은 차가 영국의 민주주의를 앞당긴 셈이다. (자동차를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삼는 대한민국은 아직 멀었다.)



독일 국민차로 개발된 폭스바겐 비틀 역시 달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로 작은 차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짧은 스트로크로 천천히 돌아가는 엔진은 고장을 모른 채 한없이 달렸다. 훗날 이 차의 마력에 빠진 사람들은 비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개의치 않았다. 독재자 히틀러가 만든 국민차 비틀은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의 일부가 되어 사랑과 평화를 외쳤다. 



시트로엥 2CV는 프랑스 농촌의 풍경을 바꾼 차로 역사에 남는다. '우산 아래 네 바퀴(4 roues sous 1 parapluie)'라는 닉네임으로 불린 이 '못생긴 오리'(이 또한 2CV의 애칭이었다)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자동차는 정말이지 작고 왜소할 때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펙이 타고 달린 이탈리아 대중차 피아트 토폴리노도 깜찍한 패키지로 세계인의 가슴에 찡한 여운을 남겼다. 더 작아지기 위해 2인승으로 만들어진 토폴리노는 오늘날 시티 카의 원조로 볼 만하다. 



영국의 로버 미니는 현대적인 미니카의 원형으로 불린다. 알렉 이시고니스가 설계한 미니는 가로배치 엔진, 앞바퀴굴림에 작은 10인치 바퀴를 네 코너로 바짝 몰아 실내공간을 최대한 뽑아냈다. 미니가 생산 된 것은 1959년, 버블카가 유행하던 때였다. 석유 고갈이 염려되던 시절에 하인켈이나 메서슈미트 같은 독일 전투기 이름을 단 차들이 영국으로 밀려드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니의 진짜 매력은 다부진 달리기에 있었다. 다른 소형차들이 작은 엔진으로 낭만을 찾을 때 미니는 당당히 랠리에 참가해 챔피언이 됐다. 개발 당시에 기대 이상으로 잘 달려 엔진 배기량을 950cc에서 850cc로 낮췄다는 얘기도 있다.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니는 비틀즈와 함께 196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상품이 됐다. '미니스커트'라는 말도 바로 이 차에서 유래했다. 2000년 오리지널 모델이 단종되기까지 42년간 530만 대가 팔린 미니는 판매 숫자보다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0년대에는 일본에서의 폭발적인 수요가 미니를 지탱해주기도 했는데, 당시 연간 1만 5000대 생산 중 8000대 이상이 일본으로 실려 갔다.

 


유럽에는 이밖에도 매력 넘치는 미니카가 많았다. 르노 트윙고는 원박스 스타일의 매력을 알렸다. 



피아트 세이첸토는 작은 차에 키 큰 바디가 공간 만들기에 얼마나 유리한지 보여줬고 이탈리아 스타일의 대시보드로 운전자를 즐겁게 했다. 



폭스바겐 폴로 역시 작은 차의 효율을 보여주는 독일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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