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런치(NewsBrunch)=배나영 ]
"내 자식 기름밥 못 먹여" 끌고나간 엄마…공장 사장 '망연자실’

경기도 한 전자부품사 A대표는 틈날 때마다 서울과 경기권 특성화고에 실습생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3년째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이 지역에 있는 한 특성화고는 졸업생 200명 중 20여 명만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취업 지도 담당교사는 “학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대학 진학을 택하거나 배달 택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20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계고 취업자 비율은 29.5%로 5년 전(50.3%)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직업계고를 선택하는 인원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특성화고 입학 경쟁률(98.7%)은 사상 처음으로 정원을 밑돌았다.
직업계고 졸업생이 중소 제조업 현장을 외면하는 것은 고졸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및 복지, 지방대와 전문대 입학생 유치 경쟁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 크다. 정권마다 직업계고 정책이 오락가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 때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는 등 지원이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책 뒷순위로 밀렸다.
수도권 한 제지업체 A대표는 직업계고 실습생 부모로부터 모욕당한 뒤론 교복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공장을 찾아온 어머니가 “내 자식이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일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근무 중이던 자녀를 끌고 나간 것이다.
직업계고 졸업생과 중소기업 간 ‘일자리 수급 미스매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의 한 전자 부품업체 B대표는 서울지역 공업고 세 곳에서 받은 졸업예정자들에게 병역 특례까지 제안했지만 실습이 끝나자 모두 그만둬 망연자실했다. B대표는 “직업계고 학생 대부분이 그만둘 것이라는 걸 알기에 새로운 기술 전수는 포기하고 허드렛일만 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전문대의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직업계고 출신 인력 고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45.1%를 기록했다. 지방대학과 전문대들이 공격적인 신입생 유치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의 인력 확보전은 격화하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의 제조 현장 기피를 해소하기 위해선 고졸 출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고 기름때와 소음, 먼지로 대표되는 옛 중소기업 이미지를 바꿔 안전한 일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 장기 재직 시 목돈 마련을 지원해주는 ‘내일채움공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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