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말꼬리 잡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7일 박범계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 및 항의시위'를 펼쳤다. 의원들이 든 피켓에 정치'탑'압이라는 오타가 적혀있었다.
이에 대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아무리 그래도 제1야당 원내대표님의 손에 이게 뭔가. 최소한 손에 무엇을 드는지 알게 읽히고 (피켓을) 건네줬어야 했다"며 "막무가내로 그저 싸우자고 하니 '국어탑압'까지 가는 것이다. 꽤 민망한데, 뜻한 바 있었다고 4행시 조어라도 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 또한 "앞뒤 안맞는 소리를 하려니 맞춤법도 틀린다. 민주당은 국어탄압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설전은 국정감사현장까지 이어졌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척거린다’고 한 발언이 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위 국감에 나온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에게 “‘질척거리다’는 표현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전 위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질척거리다’는 말에 외설적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와 함께 지난 14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한 네티즌이 올린 문의를 함께 인용했다. 이 네티즌은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라는 표현에 국어사전에 등재된 일반적인 의미 외에 외설적인 의미, 또는 뉘앙스(느낌)가 포함돼 있나. 그렇지 않다면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외설적인 의미로 오해할 만큼 위의 표현들이 본래와 다른 의미로 널리 사용됐던 문화적 맥락이 존재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지난 18일 올린 답변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토대로 답변을 드린다. 사전 뜻풀이 이외의 정보나 뉘앙스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면서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의 사전적 의미를 소개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질척거리다’는 ‘진흙이나 반죽 따위가 물기가 매우 많아 차지고 진 느낌이 들다’, ‘봇물’은 ‘보에 괸 물, 또는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 ‘터지다’는 ‘코피, 봇물 따위가 갑자기 쏟아지다’이다.
배 의원은 장 원장에게 “젊은 분들이 많이 가는 커뮤니티에서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의 어원이 여성의 신체를 가리키거나 여성의 신체를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므로 이것은 성희롱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젊은 층에서 단어의 본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오인하면서 생겨난 논란을 가리킨 것이다.
이에 장 원장은 고개를 저어 보였고, 배 의원은 “전혀 그렇지 않죠? 있을 수 없는 일이죠?”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장 원장은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하며 ‘질척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를 언급했다.
앞서 전 위원장은 윤 의원의 ‘질척거리다’는 발언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오픈사전’ 서비스를 인용해 “‘질척거리다’라는 말은 이미 헤어진 연인 관계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이는 표현”이라며 “과연 전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동료 의원이 쓸 수 있는 표현인지,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다만 네이버 오픈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과 달리 네티즌이 단어의 의미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밖에 백혜련 민주당 정무위원장도 “제가 봐도 문제가 있는 표현으로 보인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이에 윤 의원은 “‘깔끔하다’의 반대말로 사용했다. 전혀 성적인 의미가 아니었지만 위원장께서 만일 그 부분에 대해 저에게 문제 삼으신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과연 윤 의원의 사과로 일단락하면 될 일인지 궁금하다. 앞서 국립국어원 담당자의 “사전 뜻풀이 이외의 정보나 뉘앙스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라는 온라인 답변처럼 말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와 뉘앙스를 가졌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얼마 전 물의를 빚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도 대통령실과 국민의 힘 의원들이 신박한 해석을 하지 않았나.
또한 말과 맞춤법은 시대변화를 반영한다. 표준어 ‘자장면’ 외에 우리가 습관적으로 표현하는 ‘짜장면’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것처럼 말이다. 배현진 의원이 국정감사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한 행동은 국민에게 ‘자장면’이 옳은 표현이니 ‘짜장면’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정치권이 단어에 집중해 싸우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부디 국회의원들은 말꼬리 잡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민생을 살피기 바란다.
#사족
이제 곧 겨울이다. 취약계층의 월동준비를 위해 연탄 나르는 봉사를 할 때가 됐다. 왠지 걱정이 앞선다. 몇몇 의원이 지난여름 수해 때처럼 희희낙락하며 말장난할까 봐.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中
학교급식 납품업체 불법행위 단속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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