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런치(NewsBrunch)=차원 ]
강화 교동 대룡시장 '청춘부라보' 전경 ⓒ차원
지난 2월 4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북식 강아지떡, 만두, 강정 등을 파는 가게인 ‘청춘부라보’에서 실향민과 교동도 주민 등을 대상으로 설맞이 노래교실을 연 것이다.
북한과 가까운 교동도는 과거부터 많은 실향민들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6•25 전쟁 당시 잠시 몸을 피할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가, 분단이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룡시장을 만들어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꿋꿋하게 생계를 이어갔고, 교동도 주민들도 함께 연대하고 공존했다. 그 결과 지금의 교동도 대룡시장이 있고, 실향민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진 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전설적인 만담가 장소팔 씨의 아들 장광팔 씨도 함께해 자신이 직접 구성한 노래 모음으로 어르신들과 호흡했다. 실향민 1세대, 2세대들과 주민들은 추억의 노래를 같이 부르며 밝게 웃음 지었다.
노래를 다 부른 뒤에는 ‘이북식 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청춘부라보'의 대표 음식인 이북식 강아지떡, 만두, 강정 ⓒ차원
청춘부라보 손윤경 대표는 평소에도 이렇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자주 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어르신들이 그를 가족처럼 대했다. 청춘부라보에 방문하면 이렇게 가족 같은 분위기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방문한 우리에게도 따뜻한 떡국과 만둣국을 내어줬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길에는 ‘이북식 강아지떡’을 선물했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이 떡은 교동의 황해도 실향민 어르신들의 추억을 재현한 먹거리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량미를 수탈하던 일본군은 인절미를 못 먹게 했는데, 이때 우리 조상들은 자식에게 떡이라도 먹일 심정으로 안에 팥을 넣었다고 한다. ‘팥이 있으니, 인절미가 아니’라고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아지에게 줄 떡’이라고 임기응변에 나섰다고 했는데, 사실 그 강아지가 내 새끼, 내 자식이었던 사연이다. 그런 사연들이 모여 이 떡의 이름은 ‘강아지떡’이 됐다. 그리고 어릴 적 그 경험을 가진 이들이 손윤경 대표와 함께 강아지떡을 만들었고, 입소문을 타 대룡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됐다.
설을 앞두고, 이날 우리가 만난 실향민 어르신들은 모두 입을 모아 ‘고향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현실은 그 심경을 쉽게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다.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운 추억, 행복했던 기억들을 모두 남기고 이들은 철책 앞에 막혀 서 있다. 그러나 이야기 나눌 이들이 있고, 함께 부를 노래가 있고, 같이 먹을 음식이 있고, 그 모든 것이 가능한 대룡시장 ‘청춘부라보’라는 공간이 있기에 설을 앞두고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꿈에 그리던 고향 땅에 갈 수 있는 그날까지, 청춘부라보가 영원하길 바란다.
강아지떡 이야기와 실향민 어르신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청춘부라보 가게 내부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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